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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북도 정읍시 이평면 하송리 658-1
- 탐방로그
- 만석보 유지비 옆에 양성우 시인의 '만석보' 시비가 함께 있다고 하여 탐방했다.
사적지 사진 상세설명
그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람은 알았다
그 손님들을 찬바람 서릿길 깊은 밤이면 썩은새
감나무집 작은 봉창에 상투머리 그림자들
몇몇이던가를 구태여 손짓하며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은 알았다 아이들까지도
김도삼이 정익서 그리고 앉은뱅이 두루마기
펄럭이며 왔다가 가고 그 밤이면 개들이
짖지 않았다 개들도 죽은 듯이 짖지 않았다
장날이 되어야 얼굴이나 볼까?
평생을 서러움에 찌든 사람들 찰밥 한 줌
못 짓는 무지렁이 대보름 진눈깨비 내리는
대목장터에 큰바람이 불었다. 쇠전머리에
났네 났어 난리가 났어 에이 참 잘 되었지
때가 차고 부스럼딱지 개버짐 피었으니
가자 가자 손뼉치며 가자
김제 태인 알렸느냐? 최경선이를 불렀느냐?
지프라기 날리는 저녁 말목장터에
으스름 보름달 서럽게 밟고 낫 갈아 아비들은
참대를 찍었다 드디어 때가 찼으니
증오를 증오로 갚기 위하여 온몸에 불타는 피
아우성치며 아비들은 몰려갔다
안개 낀 새벽 해묵은 피고름 비로소 터지고
증오를 오히려 증오로 갚기 위하여 아비들은
몰려갔다 살얼음 거친 들판 꽝꽝 울리며
나무껍질 풀뿌리로 살아남아서 그 겨울 노령남북
모여든 아비 아비들은 몰려갔다
곰배팔이도 눈비바람 칼날같이 몰아칠지라도
그 누가 무단히 죽어간다더냐?
동트는 고부읍내 천둥번개로
두둥둥 북치고 꽹과리치고
온몸에 불타는 피 아우성치며 꽹과리치고
보아라 말발굽소리 크게 울리며
흰말 타고 달려오는 전봉준을 보아라
남은 처자 불쌍하여 눈 못 감고 죽은
만 사람의 붉은 피 두 손에 움켜쥐고 어이 어이
말잔등 찬바람 뚫고 한걸음에 여기 왔다
이노옴, 조병갑아
자네 손화중이 동문으로 가고
자네 김개남이 남문으로 가게
한 번 지른 함성으로 삼문이 부서지고
또 한 번 지른 함성으로 동헌 지붕이 불에 탔다
창고문을 열어라 감옥문을 부숴라
조병갑이를 놓치지 마라 갈기갈기 찢으리라
죽창이 없으면 괭이로 찍고
몽둥이가 없으면 발로 밟으리라
자네 김개남이 앞뜰로 가고
자네 손화중이 뒤뜰로 가게
앉은뱅이 이빨 물고 치는 북소리
고부산천 회오리치며 크게 울렸나니
여우 같은 조병갑이 옷 바꿔 입고
어디론가 흔적 없이 뺑소니치고 분바른 계집들
후들후들 떨며 목숨을 빌었다 맨땅에 엎드려
이제 와서 그 흙탕물 어찌 두고 보랴
원한 쌓인 만석보 삽으로 찍으며
여러 사람이 한 사람처럼 소리소리쳤다
만석보를 허물어라 만석보를 허물어라
터진 봇둑 밀치며 핏물이 흐르고 여러 사람이
한 사람처럼 얼싸안고 울었다 차라리 노래보다
몸부림으로 그 한나절 어깨춤 추고
어절씨구 곰배팔이 곰배춤 추며
어절씨구 곰패팔이 곰배춤 추며
허허 이게 참으로 몇 해 만인가?
한쪽에선 가마솥에 흰밥을 찌고
한쪽에선 만석보 허물고 온 이야기
조병갑이 허겁지겁 도망친 이야기로
모두들 오랜만에 신명이 났다
허허, 이게 참으로 몇 해 만인가?
한쪽에선 가마솥에 흰밥을 찌고
이윽고 산마루에 큰 달이 뜨니\
해묵은 어둔 밤을 비로소 끝내기 위하여
아비들은 빼앗은 관청마당 높은 담장 밑에
날선 죽창 세워 두고 모닥불 쬐며
아이들이 부르는 청승맞은 노래를 들었다
가보세 가보세 을미적 을미적
병신되면 못 가리
그 손님들을 찬바람 서릿길 깊은 밤이면 썩은새
감나무집 작은 봉창에 상투머리 그림자들
몇몇이던가를 구태여 손짓하며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은 알았다 아이들까지도
김도삼이 정익서 그리고 앉은뱅이 두루마기
펄럭이며 왔다가 가고 그 밤이면 개들이
짖지 않았다 개들도 죽은 듯이 짖지 않았다
장날이 되어야 얼굴이나 볼까?
평생을 서러움에 찌든 사람들 찰밥 한 줌
못 짓는 무지렁이 대보름 진눈깨비 내리는
대목장터에 큰바람이 불었다. 쇠전머리에
났네 났어 난리가 났어 에이 참 잘 되었지
때가 차고 부스럼딱지 개버짐 피었으니
가자 가자 손뼉치며 가자
김제 태인 알렸느냐? 최경선이를 불렀느냐?
지프라기 날리는 저녁 말목장터에
으스름 보름달 서럽게 밟고 낫 갈아 아비들은
참대를 찍었다 드디어 때가 찼으니
증오를 증오로 갚기 위하여 온몸에 불타는 피
아우성치며 아비들은 몰려갔다
안개 낀 새벽 해묵은 피고름 비로소 터지고
증오를 오히려 증오로 갚기 위하여 아비들은
몰려갔다 살얼음 거친 들판 꽝꽝 울리며
나무껍질 풀뿌리로 살아남아서 그 겨울 노령남북
모여든 아비 아비들은 몰려갔다
곰배팔이도 눈비바람 칼날같이 몰아칠지라도
그 누가 무단히 죽어간다더냐?
동트는 고부읍내 천둥번개로
두둥둥 북치고 꽹과리치고
온몸에 불타는 피 아우성치며 꽹과리치고
보아라 말발굽소리 크게 울리며
흰말 타고 달려오는 전봉준을 보아라
남은 처자 불쌍하여 눈 못 감고 죽은
만 사람의 붉은 피 두 손에 움켜쥐고 어이 어이
말잔등 찬바람 뚫고 한걸음에 여기 왔다
이노옴, 조병갑아
자네 손화중이 동문으로 가고
자네 김개남이 남문으로 가게
한 번 지른 함성으로 삼문이 부서지고
또 한 번 지른 함성으로 동헌 지붕이 불에 탔다
창고문을 열어라 감옥문을 부숴라
조병갑이를 놓치지 마라 갈기갈기 찢으리라
죽창이 없으면 괭이로 찍고
몽둥이가 없으면 발로 밟으리라
자네 김개남이 앞뜰로 가고
자네 손화중이 뒤뜰로 가게
앉은뱅이 이빨 물고 치는 북소리
고부산천 회오리치며 크게 울렸나니
여우 같은 조병갑이 옷 바꿔 입고
어디론가 흔적 없이 뺑소니치고 분바른 계집들
후들후들 떨며 목숨을 빌었다 맨땅에 엎드려
이제 와서 그 흙탕물 어찌 두고 보랴
원한 쌓인 만석보 삽으로 찍으며
여러 사람이 한 사람처럼 소리소리쳤다
만석보를 허물어라 만석보를 허물어라
터진 봇둑 밀치며 핏물이 흐르고 여러 사람이
한 사람처럼 얼싸안고 울었다 차라리 노래보다
몸부림으로 그 한나절 어깨춤 추고
어절씨구 곰배팔이 곰배춤 추며
어절씨구 곰패팔이 곰배춤 추며
허허 이게 참으로 몇 해 만인가?
한쪽에선 가마솥에 흰밥을 찌고
한쪽에선 만석보 허물고 온 이야기
조병갑이 허겁지겁 도망친 이야기로
모두들 오랜만에 신명이 났다
허허, 이게 참으로 몇 해 만인가?
한쪽에선 가마솥에 흰밥을 찌고
이윽고 산마루에 큰 달이 뜨니\
해묵은 어둔 밤을 비로소 끝내기 위하여
아비들은 빼앗은 관청마당 높은 담장 밑에
날선 죽창 세워 두고 모닥불 쬐며
아이들이 부르는 청승맞은 노래를 들었다
가보세 가보세 을미적 을미적
병신되면 못 가리
양성우 시인이 쓴 만석보 시
만석보 - 양성우 지음
들리는가, 친구여 갑오년 흰 눈 쌓인 배들평야에
성난 아비들의 두런거리는 소리
만석보 허무는 소리가 들리는가 그대 지금도
그 새벽 동진강머리 짙은 안개 속에
푸른 죽창 불끈 쥐고 횃불 흔들며
아비들은 몰려갔다 굽은 논둑길로
그때 그 아비들은 말하지 못했다
어둠을 어둠이라고 말하지 못하고
아픔을 아픔이라고 말하지 못했다
본 것을 보았다고 말하지 못하고
들은 것도 들었다고 말하지 못했다
날 저문 남의 땅 황토언덕 눈물뿐인 오목가슴
주먹으로 치며 달을 보고 울었다
그때 그 아비들 가을걷이 끝난 허허벌판에
반벙어리 다 죽은 허수아비로 굶주려도 굶주림을
말하지 못하고 억울해도 억울하다고 말하지
못했다 열이면 열 백이면 백 주눅들고
천이면 천 만이면 만 주눅들어서
죽은 땅이 꺼지도록 한숨만 쉬고
빌어먹을 이놈의 세상 밤도망이라도 칠까?
열이면 열 백이면 백 한숨만 쉬었다
제 똥 싸서 제 거름 주고
제가 거둔 곡식은 제 것이 아니었다
차라리 오뉴월이면 송장메뚜기라도 잡아먹지
오동지섣달 길고 긴 밤 그 허기진 배 오죽했으리
모진 목숨이 원수였고 조병갑이 원수였다
이방 포졸 떴다 하면 닭 잡고 개 잡아라
쑥죽 먹는 신세라도 사또조상 송덕비 세워주고
사또에미 죽었으니 조의금 천 냥을 어서 내라
못살겠네 못살겠네 보리쌀 한톨이 없어도
억새풀 묵은 밭 천수답 다랭이 물세를 내고
죽자사자 낸 물세를 또 내고 또 내라고 하고
못 내면 끌려가서 죽도록 얻어맞고
아아, 전창혁이 곤장 맞아 죽던 날 밤엔
만석보 긴 둑에 무릎 꿇고 앉아 하늘에 빌었다
고부 장내리 사람들 차라리 마을마다 통문이나
돌릴까? 이 야윈 가슴팍에 비수를 꽂을까?
아비들은 주먹으로 허공을 가르고 아아
전창혁이 곤장 맞아 죽던 날 밤엔 피눈물만 있었다
그 산비탈 밤은 밤으로만 남아 있었고
칼은 칼로만 남아 있었다 겉늙은 전라도
굽이굽이에 굶주림은 굶주림으로만 남아 있었고
증오는 증오로만 남아 있었다 먼지 낀 마루 위에
아이들은 앓고 신음소리 가득히
그릇에 넘쳤나니 오라 장돌뱅이 어둠 타고 오라
나무껍질 풀뿌리로 살아남아서 장성 갈재 훌쩍 넘어
서둘러 오라 맞아죽은 아비 무덤 두 손으로 치며
전봉준은 소리 죽여 가슴으로 울고
분노는 분노로만 남아 있었고
솔바람 소리는 솔바람 소리로만 남아 있었다
구태여 손짓하며 말하지 않아도 누구누구
그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람은 알았다
그 손님들을 찬바람 서릿길 깊은 밤이면 썩은새
감나무집 작은 봉창에 상투머리 그림자들
몇몇이던가를 구태여 손짓하며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은 알았다 아이들까지도
김도삼이 정익서 그리고 앉은뱅이 두루마기
펄럭이며 왔다가 가고 그 밤이면 개들이
짖지 않았다 개들도 죽은 듯이 짖지 않았다
장날이 되어야 얼굴이나 볼까?
평생을 서러움에 찌든 사람들 찰밥 한 줌
못 짓는 무지렁이 대보름 진눈깨비 내리는
그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람은 알았다
그 손님들을 찬바람 서릿길 깊은 밤이면 썩은새
감나무집 작은 봉창에 상투머리 그림자들
몇몇이던가를 구태여 손짓하며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은 알았다 아이들까지도
김도삼이 정익서 그리고 앉은뱅이 두루마기
펄럭이며 왔다가 가고 그 밤이면 개들이
짖지 않았다 개들도 죽은 듯이 짖지 않았다
장날이 되어야 얼굴이나 볼까?
평생을 서러움에 찌든 사람들 찰밥 한 줌
못 짓는 무지렁이 대보름 진눈깨비 내리는
대목장터에 큰바람이 불었다. 쇠전머리에
났네 났어 난리가 났어 에이 참 잘 되었지
때가 차고 부스럼딱지 개버짐 피었으니
가자 가자 손뼉치며 가자
김제 태인 알렸느냐? 최경선이를 불렀느냐?
지프라기 날리는 저녁 말목장터에
으스름 보름달 서럽게 밟고 낫 갈아 아비들은
참대를 찍었다 드디어 때가 찼으니
증오를 증오로 갚기 위하여 온몸에 불타는 피
아우성치며 아비들은 몰려갔다
안개 낀 새벽 해묵은 피고름 비로소 터지고
증오를 오히려 증오로 갚기 위하여 아비들은
몰려갔다 살얼음 거친 들판 꽝꽝 울리며
나무껍질 풀뿌리로 살아남아서 그 겨울 노령남북
모여든 아비 아비들은 몰려갔다
곰배팔이도 눈비바람 칼날같이 몰아칠지라도
그 누가 무단히 죽어간다더냐?
동트는 고부읍내 천둥번개로
두둥둥 북치고 꽹과리치고
온몸에 불타는 피 아우성치며 꽹과리치고
보아라 말발굽소리 크게 울리며
흰말 타고 달려오는 전봉준을 보아라
남은 처자 불쌍하여 눈 못 감고 죽은
만 사람의 붉은 피 두 손에 움켜쥐고 어이 어이
말잔등 찬바람 뚫고 한걸음에 여기 왔다
이노옴, 조병갑아
자네 손화중이 동문으로 가고
자네 김개남이 남문으로 가게
한 번 지른 함성으로 삼문이 부서지고
또 한 번 지른 함성으로 동헌 지붕이 불에 탔다
창고문을 열어라 감옥문을 부숴라
조병갑이를 놓치지 마라 갈기갈기 찢으리라
죽창이 없으면 괭이로 찍고
몽둥이가 없으면 발로 밟으리라
자네 김개남이 앞뜰로 가고
자네 손화중이 뒤뜰로 가게
앉은뱅이 이빨 물고 치는 북소리
고부산천 회오리치며 크게 울렸나니
여우 같은 조병갑이 옷 바꿔 입고
어디론가 흔적 없이 뺑소니치고 분바른 계집들
후들후들 떨며 목숨을 빌었다 맨땅에 엎드려
이제 와서 그 흙탕물 어찌 두고 보랴
원한 쌓인 만석보 삽으로 찍으며
여러 사람이 한 사람처럼 소리소리쳤다
만석보를 허물어라 만석보를 허물어라
터진 봇둑 밀치며 핏물이 흐르고 여러 사람이
한 사람처럼 얼싸안고 울었다 차라리 노래보다
몸부림으로 그 한나절 어깨춤 추고
어절씨구 곰배팔이 곰배춤 추며
어절씨구 곰패팔이 곰배춤 추며
허허 이게 참으로 몇 해 만인가?
한쪽에선 가마솥에 흰밥을 찌고
한쪽에선 만석보 허물고 온 이야기
조병갑이 허겁지겁 도망친 이야기로
모두들 오랜만에 신명이 났다
허허, 이게 참으로 몇 해 만인가?
한쪽에선 가마솥에 흰밥을 찌고
이윽고 산마루에 큰 달이 뜨니\\
해묵은 어둔 밤을 비로소 끝내기 위하여
아비들은 빼앗은 관청마당 높은 담장 밑에
날선 죽창 세워 두고 모닥불 쬐며
아이들이 부르는 청승맞은 노래를 들었다
가보세 가보세 을미적 을미적
병신되면 못 가리
들리는가, 친구여 갑오년 흰 눈 쌓인 배들평야에
성난 아비들의 두런거리는 소리
만석보 허무는 소리가 들리는가 그대 지금도
그 새벽 동진강머리 짙은 안개 속에
푸른 죽창 불끈 쥐고 횃불 흔들며
아비들은 몰려갔다 굽은 논둑길로
그때 그 아비들은 말하지 못했다
어둠을 어둠이라고 말하지 못하고
아픔을 아픔이라고 말하지 못했다
본 것을 보았다고 말하지 못하고
들은 것도 들었다고 말하지 못했다
날 저문 남의 땅 황토언덕 눈물뿐인 오목가슴
주먹으로 치며 달을 보고 울었다
그때 그 아비들 가을걷이 끝난 허허벌판에
반벙어리 다 죽은 허수아비로 굶주려도 굶주림을
말하지 못하고 억울해도 억울하다고 말하지
못했다 열이면 열 백이면 백 주눅들고
천이면 천 만이면 만 주눅들어서
죽은 땅이 꺼지도록 한숨만 쉬고
빌어먹을 이놈의 세상 밤도망이라도 칠까?
열이면 열 백이면 백 한숨만 쉬었다
제 똥 싸서 제 거름 주고
제가 거둔 곡식은 제 것이 아니었다
차라리 오뉴월이면 송장메뚜기라도 잡아먹지
오동지섣달 길고 긴 밤 그 허기진 배 오죽했으리
모진 목숨이 원수였고 조병갑이 원수였다
이방 포졸 떴다 하면 닭 잡고 개 잡아라
쑥죽 먹는 신세라도 사또조상 송덕비 세워주고
사또에미 죽었으니 조의금 천 냥을 어서 내라
못살겠네 못살겠네 보리쌀 한톨이 없어도
억새풀 묵은 밭 천수답 다랭이 물세를 내고
죽자사자 낸 물세를 또 내고 또 내라고 하고
못 내면 끌려가서 죽도록 얻어맞고
아아, 전창혁이 곤장 맞아 죽던 날 밤엔
만석보 긴 둑에 무릎 꿇고 앉아 하늘에 빌었다
고부 장내리 사람들 차라리 마을마다 통문이나
돌릴까? 이 야윈 가슴팍에 비수를 꽂을까?
아비들은 주먹으로 허공을 가르고 아아
전창혁이 곤장 맞아 죽던 날 밤엔 피눈물만 있었다
그 산비탈 밤은 밤으로만 남아 있었고
칼은 칼로만 남아 있었다 겉늙은 전라도
굽이굽이에 굶주림은 굶주림으로만 남아 있었고
증오는 증오로만 남아 있었다 먼지 낀 마루 위에
아이들은 앓고 신음소리 가득히
그릇에 넘쳤나니 오라 장돌뱅이 어둠 타고 오라
나무껍질 풀뿌리로 살아남아서 장성 갈재 훌쩍 넘어
서둘러 오라 맞아죽은 아비 무덤 두 손으로 치며
전봉준은 소리 죽여 가슴으로 울고
분노는 분노로만 남아 있었고
솔바람 소리는 솔바람 소리로만 남아 있었다
구태여 손짓하며 말하지 않아도 누구누구
그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람은 알았다
그 손님들을 찬바람 서릿길 깊은 밤이면 썩은새
감나무집 작은 봉창에 상투머리 그림자들
몇몇이던가를 구태여 손짓하며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은 알았다 아이들까지도
김도삼이 정익서 그리고 앉은뱅이 두루마기
펄럭이며 왔다가 가고 그 밤이면 개들이
짖지 않았다 개들도 죽은 듯이 짖지 않았다
장날이 되어야 얼굴이나 볼까?
평생을 서러움에 찌든 사람들 찰밥 한 줌
못 짓는 무지렁이 대보름 진눈깨비 내리는
그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람은 알았다
그 손님들을 찬바람 서릿길 깊은 밤이면 썩은새
감나무집 작은 봉창에 상투머리 그림자들
몇몇이던가를 구태여 손짓하며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은 알았다 아이들까지도
김도삼이 정익서 그리고 앉은뱅이 두루마기
펄럭이며 왔다가 가고 그 밤이면 개들이
짖지 않았다 개들도 죽은 듯이 짖지 않았다
장날이 되어야 얼굴이나 볼까?
평생을 서러움에 찌든 사람들 찰밥 한 줌
못 짓는 무지렁이 대보름 진눈깨비 내리는
대목장터에 큰바람이 불었다. 쇠전머리에
났네 났어 난리가 났어 에이 참 잘 되었지
때가 차고 부스럼딱지 개버짐 피었으니
가자 가자 손뼉치며 가자
김제 태인 알렸느냐? 최경선이를 불렀느냐?
지프라기 날리는 저녁 말목장터에
으스름 보름달 서럽게 밟고 낫 갈아 아비들은
참대를 찍었다 드디어 때가 찼으니
증오를 증오로 갚기 위하여 온몸에 불타는 피
아우성치며 아비들은 몰려갔다
안개 낀 새벽 해묵은 피고름 비로소 터지고
증오를 오히려 증오로 갚기 위하여 아비들은
몰려갔다 살얼음 거친 들판 꽝꽝 울리며
나무껍질 풀뿌리로 살아남아서 그 겨울 노령남북
모여든 아비 아비들은 몰려갔다
곰배팔이도 눈비바람 칼날같이 몰아칠지라도
그 누가 무단히 죽어간다더냐?
동트는 고부읍내 천둥번개로
두둥둥 북치고 꽹과리치고
온몸에 불타는 피 아우성치며 꽹과리치고
보아라 말발굽소리 크게 울리며
흰말 타고 달려오는 전봉준을 보아라
남은 처자 불쌍하여 눈 못 감고 죽은
만 사람의 붉은 피 두 손에 움켜쥐고 어이 어이
말잔등 찬바람 뚫고 한걸음에 여기 왔다
이노옴, 조병갑아
자네 손화중이 동문으로 가고
자네 김개남이 남문으로 가게
한 번 지른 함성으로 삼문이 부서지고
또 한 번 지른 함성으로 동헌 지붕이 불에 탔다
창고문을 열어라 감옥문을 부숴라
조병갑이를 놓치지 마라 갈기갈기 찢으리라
죽창이 없으면 괭이로 찍고
몽둥이가 없으면 발로 밟으리라
자네 김개남이 앞뜰로 가고
자네 손화중이 뒤뜰로 가게
앉은뱅이 이빨 물고 치는 북소리
고부산천 회오리치며 크게 울렸나니
여우 같은 조병갑이 옷 바꿔 입고
어디론가 흔적 없이 뺑소니치고 분바른 계집들
후들후들 떨며 목숨을 빌었다 맨땅에 엎드려
이제 와서 그 흙탕물 어찌 두고 보랴
원한 쌓인 만석보 삽으로 찍으며
여러 사람이 한 사람처럼 소리소리쳤다
만석보를 허물어라 만석보를 허물어라
터진 봇둑 밀치며 핏물이 흐르고 여러 사람이
한 사람처럼 얼싸안고 울었다 차라리 노래보다
몸부림으로 그 한나절 어깨춤 추고
어절씨구 곰배팔이 곰배춤 추며
어절씨구 곰패팔이 곰배춤 추며
허허 이게 참으로 몇 해 만인가?
한쪽에선 가마솥에 흰밥을 찌고
한쪽에선 만석보 허물고 온 이야기
조병갑이 허겁지겁 도망친 이야기로
모두들 오랜만에 신명이 났다
허허, 이게 참으로 몇 해 만인가?
한쪽에선 가마솥에 흰밥을 찌고
이윽고 산마루에 큰 달이 뜨니\\
해묵은 어둔 밤을 비로소 끝내기 위하여
아비들은 빼앗은 관청마당 높은 담장 밑에
날선 죽창 세워 두고 모닥불 쬐며
아이들이 부르는 청승맞은 노래를 들었다
가보세 가보세 을미적 을미적
병신되면 못 가리
만석보 - 양성우 지음
들리는가, 친구여 갑오년 흰 눈 쌓인 배들평야에
성난 아비들의 두런거리는 소리
만석보 허무는 소리가 들리는가 그대 지금도
그 새벽 동진강머리 짙은 안개 속에
푸른 죽창 불끈 쥐고 횃불 흔들며
아비들은 몰려갔다 굽은 논둑길로
그때 그 아비들은 말하지 못했다
어둠을 어둠이라고 말하지 못하고
아픔을 아픔이라고 말하지 못했다
본 것을 보았다고 말하지 못하고
들은 것도 들었다고 말하지 못했다
날 저문 남의 땅 황토언덕 눈물뿐인 오목가슴
주먹으로 치며 달을 보고 울었다
그때 그 아비들 가을걷이 끝난 허허벌판에
반벙어리 다 죽은 허수아비로 굶주려도 굶주림을
말하지 못하고 억울해도 억울하다고 말하지
못했다 열이면 열 백이면 백 주눅들고
천이면 천 만이면 만 주눅들어서
죽은 땅이 꺼지도록 한숨만 쉬고
빌어먹을 이놈의 세상 밤도망이라도 칠까?
열이면 열 백이면 백 한숨만 쉬었다
제 똥 싸서 제 거름 주고
제가 거둔 곡식은 제 것이 아니었다
차라리 오뉴월이면 송장메뚜기라도 잡아먹지
오동지섣달 길고 긴 밤 그 허기진 배 오죽했으리
모진 목숨이 원수였고 조병갑이 원수였다
이방 포졸 떴다 하면 닭 잡고 개 잡아라
쑥죽 먹는 신세라도 사또조상 송덕비 세워주고
사또에미 죽었으니 조의금 천 냥을 어서 내라
못살겠네 못살겠네 보리쌀 한톨이 없어도
억새풀 묵은 밭 천수답 다랭이 물세를 내고
죽자사자 낸 물세를 또 내고 또 내라고 하고
못 내면 끌려가서 죽도록 얻어맞고
아아, 전창혁이 곤장 맞아 죽던 날 밤엔
만석보 긴 둑에 무릎 꿇고 앉아 하늘에 빌었다
고부 장내리 사람들 차라리 마을마다 통문이나
돌릴까? 이 야윈 가슴팍에 비수를 꽂을까?
아비들은 주먹으로 허공을 가르고 아아
전창혁이 곤장 맞아 죽던 날 밤엔 피눈물만 있었다
그 산비탈 밤은 밤으로만 남아 있었고
칼은 칼로만 남아 있었다 겉늙은 전라도
굽이굽이에 굶주림은 굶주림으로만 남아 있었고
증오는 증오로만 남아 있었다 먼지 낀 마루 위에
아이들은 앓고 신음소리 가득히
그릇에 넘쳤나니 오라 장돌뱅이 어둠 타고 오라
나무껍질 풀뿌리로 살아남아서 장성 갈재 훌쩍 넘어
서둘러 오라 맞아죽은 아비 무덤 두 손으로 치며
전봉준은 소리 죽여 가슴으로 울고
분노는 분노로만 남아 있었고
솔바람 소리는 솔바람 소리로만 남아 있었다
구태여 손짓하며 말하지 않아도 누구누구
그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람은 알았다
그 손님들을 찬바람 서릿길 깊은 밤이면 썩은새
감나무집 작은 봉창에 상투머리 그림자들
몇몇이던가를 구태여 손짓하며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은 알았다 아이들까지도
김도삼이 정익서 그리고 앉은뱅이 두루마기
펄럭이며 왔다가 가고 그 밤이면 개들이
짖지 않았다 개들도 죽은 듯이 짖지 않았다
장날이 되어야 얼굴이나 볼까?
평생을 서러움에 찌든 사람들 찰밥 한 줌
못 짓는 무지렁이 대보름 진눈깨비 내리는
들리는가, 친구여 갑오년 흰 눈 쌓인 배들평야에
성난 아비들의 두런거리는 소리
만석보 허무는 소리가 들리는가 그대 지금도
그 새벽 동진강머리 짙은 안개 속에
푸른 죽창 불끈 쥐고 횃불 흔들며
아비들은 몰려갔다 굽은 논둑길로
그때 그 아비들은 말하지 못했다
어둠을 어둠이라고 말하지 못하고
아픔을 아픔이라고 말하지 못했다
본 것을 보았다고 말하지 못하고
들은 것도 들었다고 말하지 못했다
날 저문 남의 땅 황토언덕 눈물뿐인 오목가슴
주먹으로 치며 달을 보고 울었다
그때 그 아비들 가을걷이 끝난 허허벌판에
반벙어리 다 죽은 허수아비로 굶주려도 굶주림을
말하지 못하고 억울해도 억울하다고 말하지
못했다 열이면 열 백이면 백 주눅들고
천이면 천 만이면 만 주눅들어서
죽은 땅이 꺼지도록 한숨만 쉬고
빌어먹을 이놈의 세상 밤도망이라도 칠까?
열이면 열 백이면 백 한숨만 쉬었다
제 똥 싸서 제 거름 주고
제가 거둔 곡식은 제 것이 아니었다
차라리 오뉴월이면 송장메뚜기라도 잡아먹지
오동지섣달 길고 긴 밤 그 허기진 배 오죽했으리
모진 목숨이 원수였고 조병갑이 원수였다
이방 포졸 떴다 하면 닭 잡고 개 잡아라
쑥죽 먹는 신세라도 사또조상 송덕비 세워주고
사또에미 죽었으니 조의금 천 냥을 어서 내라
못살겠네 못살겠네 보리쌀 한톨이 없어도
억새풀 묵은 밭 천수답 다랭이 물세를 내고
죽자사자 낸 물세를 또 내고 또 내라고 하고
못 내면 끌려가서 죽도록 얻어맞고
아아, 전창혁이 곤장 맞아 죽던 날 밤엔
만석보 긴 둑에 무릎 꿇고 앉아 하늘에 빌었다
고부 장내리 사람들 차라리 마을마다 통문이나
돌릴까? 이 야윈 가슴팍에 비수를 꽂을까?
아비들은 주먹으로 허공을 가르고 아아
전창혁이 곤장 맞아 죽던 날 밤엔 피눈물만 있었다
그 산비탈 밤은 밤으로만 남아 있었고
칼은 칼로만 남아 있었다 겉늙은 전라도
굽이굽이에 굶주림은 굶주림으로만 남아 있었고
증오는 증오로만 남아 있었다 먼지 낀 마루 위에
아이들은 앓고 신음소리 가득히
그릇에 넘쳤나니 오라 장돌뱅이 어둠 타고 오라
나무껍질 풀뿌리로 살아남아서 장성 갈재 훌쩍 넘어
서둘러 오라 맞아죽은 아비 무덤 두 손으로 치며
전봉준은 소리 죽여 가슴으로 울고
분노는 분노로만 남아 있었고
솔바람 소리는 솔바람 소리로만 남아 있었다
구태여 손짓하며 말하지 않아도 누구누구
그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람은 알았다
그 손님들을 찬바람 서릿길 깊은 밤이면 썩은새
감나무집 작은 봉창에 상투머리 그림자들
몇몇이던가를 구태여 손짓하며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은 알았다 아이들까지도
김도삼이 정익서 그리고 앉은뱅이 두루마기
펄럭이며 왔다가 가고 그 밤이면 개들이
짖지 않았다 개들도 죽은 듯이 짖지 않았다
장날이 되어야 얼굴이나 볼까?
평생을 서러움에 찌든 사람들 찰밥 한 줌
못 짓는 무지렁이 대보름 진눈깨비 내리는